있어 보이려다 창피해지는 동안,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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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그런 게 아님

왜 마음챙김 명상이 필요한지 예를 하나 들어서 말해줄께. 잘 들어봐.

살다보면 뭔가 있어 보이려다 나중에 창피함 느끼는 경험들이 있을것임. 그 때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혹시 생각해 봤음? 나중에 "내가 미쳤었나보다" 하는걸로는 부족함.

그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

있어 보이려는 행동은 계획에서 나오지 않음. 어떤 자리에 있다 보면 이런 생각이 갑자기 떠오름.

미리 계획하고 하는 사람은 없음. 그냥 그 순간에 훅 올라옴.

웃는 가면을 얼굴 앞에 들어 올린 사람 — 표정은 가면에만 있다

벌어지는 일에는 순서가 있음

있어 보이려다 창피해지는 일은 한 덩어리로 일어나는 게 아님. 머릿속에서 네 단계로 나눠서 벌어짐. 적어도 내가 내 안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럼.

1단계. 생각이 올라옴.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뜬금없이 떠오름. 고른 게 아니라 그냥 올라옴.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도 아님. 생각은 원래 이렇게 저절로 떠오름.

2단계. 올라온 걸 모름. 전부 여기서 갈림. 생각이 떠오른 건 아는데 그게 아니라,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를 모름. 생각이 그냥 나 자신처럼 느껴짐. 저건 생각이고 나는 나다, 하는 구분이 없음.

3단계. 말과 행동이 이미 그쪽으로 감. 안 해도 될 말을 함. 아는 척, 있는 척, 괜찮은 척. 안 써도 될 돈을 씀. 힘든데 안 힘든 척함. 별로인데 좋다고 함. 그 순간에는 이게 이상하지 않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됨.

4단계. 끝나고 나서야 보임. 그 자리를 나오고 나서, 또는 자려고 누웠을 때 그 장면이 다시 떠오름. 내가 왜 그랬지 싶음. 이게 창피함임.

창피하다는 건 결국 알아차렸다는 뜻임. 다만 늦게 알아차린 것뿐임. 알아차림이 안 일어난 게 아니라, 다 끝난 뒤에 일어난 것임.

가면을 손에 내려 든 사람 — 다 끝난 뒤에야 그게 손에 들려 있는 걸 본다

지식은 왜 그 순간에 도착하지 않나

남한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음. 책에도 있고 영상에도 널려 있음. 심지어 남이 그러고 있으면 바로 보임. 그런데도 그 자리가 오면 똑같이 함.

이유는 네 단계의 순서에 있음. 아는 것은 4단계에서만 작동함. 다 끝나고 나서 "그러지 말았어야지" 하고 판단할 때. 정작 필요한 건 2단계인데, 2단계에는 아무 지식도 도착하지 않음. 알아차리지 못한 생각은 그냥 나를 끌고 감. 끌려가는 동안에는 끌려가는 줄도 모름.

그래서 아무리 알아도 다음에 또 그럼. 바꿔야 하는 건 아는 양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시점임.

알아차리는 시점이 당겨지면 무엇이 달라지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 그 순간에 알아차리면, 그 다음이 달라짐. 2단계에서 이런 문장이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으로 충분함.

아, 지금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구나

알아차린다고 그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님. 사라지지는 않는데, 생각과 나 사이에 틈이 생김. 틈이 있으면 어떻게 행동할지 고를 수 있음. 그냥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음. 틈이 없으면 못 고름. 그냥 하게 됨.

생각은 여전히 떠오름. 근데 더는 나를 끌고 가지 못함. 내가 명상을 하고 나서 달라진 게 이 부분임.

알아차리는 능력은 훈련으로 쌓임 — 마음챙김 명상

알아차리는 시점은 결심이나 다짐으로는 당겨지지 않음. 그 순간이 오면 결심을 했다는 것도 같이 잊어버리기 때문임. 훈련으로만 당겨짐. 그 훈련이 마음챙김 명상임.

명상을 하는 동안에도 생각은 계속 떠오름. 떠오른 걸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일이 그 안에서 계속 반복됨. 그 반복이 그대로 2단계 훈련임.

전에는 다 끝나고 집에 와서야 보이던 게, 그 자리에서 보이기 시작함. 나는 틈틈이 함. 커피 나오는 시간에 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하다가 그대로 잠들기도 함. 3분씩만 해도 충분함.

정리

있어 보이려다 나중에 창피해지는 일은 네 단계로 벌어집니다.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오고, 그 생각이 올라온 걸 모른 채로 말과 행동이 따라가고, 다 끝난 뒤에야 그 장면이 보입니다. 창피하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늦게 알아차렸다는 뜻입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쓸 필요 없다는 지식은 마지막 단계에서만 작동합니다. 정작 그 지식이 필요한 때는 생각이 올라온 직후인데, 그 순간에는 알고 있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알아도 다음에 또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는 시점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이 그 시점을 앞당기는 훈련이고, 저는 틈틈이 3분씩 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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