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릴스를 봤는데, 오후가 더 피곤한 이유
점심을 먹고 자리에 돌아오면 20분쯤 남습니다. 요즘 그 시간은 대부분 릴스가 가져갑니다. 하나만 봐야지 하고 열었다가, 정신을 차리면 오후 업무 5분 전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분명 쉬었는데, 오후가 더 힘듭니다. 눈은 뻑뻑하고, 머리는 붕 떠 있고, 오후 첫 일감을 열어 놓고 한참을 멍하니 보게 됩니다. 쉬기 전보다 배터리가 더 닳아 있는 느낌입니다.

그 20분 동안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릴스를 보는 동안 뇌가 뭘 하고 있었는지 따라가 보면 답이 나옵니다.
우선 입력이 한 번도 멈추지 않습니다. 몇 초마다 새 장면, 새 소리, 새 자막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생각도 멈추지 않습니다. 화면을 넘기는 사이사이 아까 회의가 끼어들고, 답장 안 한 메시지가 떠오르고, 오후에 할 일이 줄을 섭니다. 생각은 꼬리를 뭅니다. 걱정 하나가 다음 시나리오를 쓰고, 그 시나리오가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이 또 다른 생각을 부릅니다.
이게 에너지를 씁니다. 걱정 하나에 끌려가 시나리오를 서너 개 쓰고 나면, 몸은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도 지칩니다. 그러니까 그 20분은 휴식이 아니었습니다. 눈은 소비하고, 머리는 초과근무를 한 시간입니다.
그럼 아무것도 안 하면 될까
답이 뻔해 보입니다. 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네. 그런데 해 본 사람은 압니다. 이게 1분을 못 갑니다. 30초만 지나도 심심하고, 갑자기 아까 그 회의 생각이 밀려오고, 곧 폰을 다시 잡게 됩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뇌는 빈 시간을 못 견딥니다.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스스로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기'는 쉬는 게 아니라, 위에서 말한 그 꼬리 무는 생각과 단둘이 갇히는 일에 가깝습니다. 릴스가 이기는 게 당연합니다.
필요한 건 '안 하기'가 아니라
주의를 둘, 아주 단순한 것 하나입니다.
저는 호흡을 셉니다. 눈을 감고 숨을 1, 2, 3… 세어 나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하다 보면 반드시 딴생각에 끌려갑니다. 아까 회의로, 저녁 약속으로, 어제 한 실수로. 그런데 어느 순간 '아, 딴생각하고 있었네' 하고 알아차리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면 세던 숫자로 돌아옵니다.
이 알아차리는 순간이 핵심입니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생각에 끌려가면, 머릿속에서는 시나리오가 계속 쓰여지고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알아차리는 순간 쓰던 시나리오가 멈춥니다.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이 또 생각을 부르던 연쇄가 거기서 끊깁니다.
생각은 여전히 떠오르지만, 더는 당신을 끌고 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3분은 '가만히 버티는' 시간과 다릅니다. 시끄러움을 없애는 시간이 아니라, 시끄러움에 끌려가지 않는 시간입니다. 에너지를 태우던 쪽이 멈추니까, 잠깐이어도 쉼이 됩니다. 눈을 뜨면 3분이 지나 있고, 아까 그 회의는 여전히 있지만, 머릿속에서 저 혼자 굴러가던 시나리오는 멈춰 있습니다. 몸은 아까와 같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이번에는 머리도 같이 앉아 있습니다.
이게 마음챙김 명상의 원리입니다. 그리고 재충전이라는 말이 원래 가리키던 것이기도 합니다.
릴스는 그대로 두면 됩니다
이 글의 결론은 '릴스를 끊자'가 아닙니다. 릴스는 보던 대로 봅니다. 대신 마지막 3분을 남겨 둡니다. 오후 업무가 시작되기 직전, 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3분. 20분 내내 받아먹고 꼬리를 물던 머릿속을, 오후로 들고 가기 전에 한 번 멈춰 세우는 겁니다. 대단한 결심도, 방석도, 조용한 방도 필요 없습니다.
저는 이 '마음챙김 명상'을 직접 하기 위한 도구를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에서 초보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 '알아차림'을 앱이 도와주도록 설계했습니다. 호흡을 따라가다 딴생각에 끌려가 호흡이 끊기면, 앱이 그 순간을 조용히 짚어 줍니다. 그럼 저는 알아차리고, 세던 숨으로 돌아옵니다. 「True Meditation: 진짜 명상」, 지금 보고 계신 이 사이트의 그 앱입니다. App Store와 Google Play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오후 첫 일감은 어차피 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피곤한 상태로 맞이할 것이냐 아니냐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정리
점심시간에 릴스를 보는 20분은 휴식이 아닙니다. 화면에서 입력이 쉬지 않고 들어오는 동안 머릿속에서도 생각이 멈추지 않습니다. 걱정 하나가 시나리오를 쓰고, 그 시나리오가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이 다음 생각을 부릅니다. 몸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도 지쳐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는 것은 대안이 되지 않습니다. 뇌는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스스로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가만히 있기는 쉬는 것이 아니라 꼬리를 무는 생각과 단둘이 남는 일에 가깝습니다.
필요한 것은 주의를 둘 단순한 대상 하나입니다. 눈을 감고 호흡을 세다가 딴생각에 끌려간 것을 알아차리고 세던 숫자로 돌아오면, 시나리오를 쓰던 쪽이 거기서 멈춥니다. 생각은 여전히 떠오르지만, 더는 당신을 끌고 가지 못합니다. 오후 업무가 시작되기 직전의 3분이면 됩니다.
「True Meditation: 진짜 명상」은 가이드 오디오를 듣는 앱이 아니라, 마음챙김 명상을 직접 하게 해주는 앱입니다. 생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그대로 앱으로 구현했고, App Store와 Google Play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함께 읽기
- 잡생각이 폭발할 때 생각을 억지로 비우려 하지 않는 이유 — 알아차림이 무엇이고 왜 비우기와 다른지
- 있어 보이려다 창피해지는 동안,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 알아차리지 못한 생각이 행동까지 끌고 가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