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습관을 제어하는 방법

meditationmindfulnessprocrastination

의지력 문제가 아님

미루는 습관을 제어하는 방법 얘기인데, 흔히 알려진 그 방법들 얘기는 아님. 그것들을 이미 다 알면서도 왜 그 순간에는 하나도 안 떠오르는지부터 얘기할 것임.

헬스장 가기로 한 날

가방까지 챙겨 뒀는데, 옷 갈아입기 직전에 머릿속에서 문장들이 올라옴.

미리 계획하고 하는 사람은 없음. 앉아서 오늘 어떻게 빠져나갈지 궁리한 게 아님. 그냥 그 순간에 훅 올라옴.

안 갈 이유들은 하나같이 말이 됨. 어제 운동한 것도 사실이고, 더운 것도 사실이고, 약속이 있는 것도 사실임. 거짓말이 아니라서 반박할 수가 없음. 그래서 그냥 넘어감.

현관문 앞에 운동 가방을 메고 선 사람, 머리 한쪽으로 빈 말풍선 다섯 개가 몰려 있다

순서가 거꾸로임

미루는 일은 한 덩어리로 일어나는 게 아님. 머릿속에서 세 단계로 나눠서 벌어짐.

1단계. 기분이 먼저 옴. 하기 싫은 기분이 먼저 도착함. 이 단계에는 아직 이유가 없음. 그냥 몸이 무겁고 마음이 안 내킴.

2단계. 그 기분에 맞는 이유가 따라붙음. 전부 여기서 갈림. 이유를 검토해서 결론이 나온 게 아니라, 결론이 먼저 있고 이유가 나중에 붙음. 그래서 떠오르는 이유들이 전부 한 방향임. 갈 이유는 하나도 안 떠오르고 안 갈 이유만 다섯 개가 떠오름. 판단이었다면 양쪽이 떠올랐어야 함.

3단계. 이유를 근거로 결정함. 그리고 이게 결정으로 느껴지지 않음. 합리적인 판단으로 느껴짐. 포기한 기분이 아니라 오늘은 쉬는 게 맞다고 정리된 기분으로 소파에 앉게 됨.

안 갈 이유가 있어서 안 가는 게 아님. 안 가고 싶어서 이유가 생긴 것임. 순서가 거꾸로인데, 그 순서가 안 보임.

양팔 저울 — 한쪽 접시에만 말풍선 다섯 개가 쌓여 완전히 기울고, 반대쪽 접시는 텅 빈 채 올라가 있다

방법을 몰라서가 아님

미루지 않는 방법은 이미 다 알려져 있음.

일단 5분만 해 보기. 할 일을 잘게 쪼개기. 환경을 바꾸기. 망설이는 순간에 몇 초 안에 그냥 움직이기. 다 맞는 말이고, 실제로 효과를 본 사람도 많음.

그런데 알려진 방법들이 하나같이 전제하는 게 있음. 지금이 그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

몇 초 안에 움직이라는 조언은, 그 몇 초가 시작됐다는 걸 알아야 쓸 수 있음. 잘게 쪼개라는 조언은, 지금 내가 쪼개야 할 상황이라는 걸 알아야 쓸 수 있음.

문제는 하기 싫다는 감정을 느끼는 1단계와, 그걸 생각으로 합리화를 하는 2단계가 너무 빠르다는 것임. 이유가 붙는 동안에는 그게 이유 붙이기인 줄 모름. 그냥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음.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오늘도 핑계대고 안 갔네 함.

지식은 이 때 소용이 없음. 자기계발서를 백 권 읽어도 이 구간은 안 바뀜. 그 구간은 지식이 다루는 구간이 아니기 때문임.

알아차리면 뭐가 달라지나

알아차림이 하는 일은 생각보다 좁음. 과장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면 이럼.

알아차린다고 갑자기 가고 싶어지지 않음. 하기 싫은 기분은 그대로 있음. 그건 안 없어짐.

달라지는 건 하나임. 그 감정과 이유들이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과 생각으로 보임.

"오늘은 너무 덥잖아"가 날씨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지금 가기 싫고, 안 가려는 이유를 날씨에서 찾고 있구나 로 보임. 내용은 똑같은데 위치가 바뀜. 내가 그 안에 있다가, 그걸 보고 있는 자리로 옮겨감. 이게 사실 메타인지임.

보이면 내가 선택할 수 있음. 안 보이면 선택 못 하고 그냥 끌려감. 그냥 안 가게 됨.

그다음은 문 앞까지만 — 자기계발서 지식대로

알아차렸다고 끝이 아님. 알아차린 다음에 한 번 더 미끄러지는 자리가 있음.

알아차린 다음에 "그래, 운동하자"고 마음먹으면 또 짐. 한 시간짜리 운동은 덩어리가 너무 커서, 그 덩어리를 떠올리는 순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다시 붙기 시작함.

그래서 겨냥할 곳은 운동이 아니라 옷을 입고 문을 나서는 것 하나임. 그것만 하기로 하면 이유가 붙을 자리가 없음. 옷 입는 데는 오늘 더운 것도 약속이 있는 것도 상관이 없기 때문임.

그리고 문을 나서고 나면 그 뒤는 훨씬 쉬워짐. 결심이 남아서가 아니라 이미 움직이고 있어서 그럼.

이건 의지력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임. 큰 걸 결심하는 게 아니라 첫 칸만 밟는 것.

알아차림은 훈련으로 키우는 능력임

정리하면, 미루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님. 그 순간에 미뤄야 할 이유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장악한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생각들에 끌려가서임.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마음먹는다고 되지 않음. 정작 그 순간이 오면 마음먹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림. 알아차림은 훈련으로 키워야 하는 능력임.

그리고 정확히 그걸 훈련하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마음챙김 명상임.

마음챙김 명상을 하다 보면 반드시 딴생각에 빠지게 됨. 그러다 어느 순간 빠져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돌아옴. 헬스장 가야할 때 해야 하는 동작이 정확히 이것임. 알아차리고 돌아오기. 명상은 그걸 조용한 자리에서 반복해 보는 것임.

명상은 머릿속 생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으로, 이런 경우를 포함한 실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 그냥 고리타분한 것이 아님. 3000년을 이어 내려온 데는 이유가 있음.

이 훈련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그대로 앱으로 만들었음. 지금 보고 있는 이 사이트의 그 앱임.

정리

미루는 일은 세 단계로 벌어집니다. 하기 싫은 기분이 먼저 오고, 그 기분에 맞는 이유들이 뒤따라 붙고, 마지막에 그 이유를 근거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이유가 전부 한 방향입니다. 판단이었다면 갈 이유도 같이 떠올랐어야 합니다. 안 갈 이유가 있어서 안 가는 것이 아니라, 안 가고 싶어서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자기계발서에서 배운 미루기 극복법은 전부 지금이 그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제합니다. 방금 올라온 이유들이 바로 그 사실을 가립니다. 그래서 정작 써먹어야 하는 순간에는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생각을 알아차린다고 갑자기 하고 싶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유들이 사실이 아니라 떠오른 생각으로 보이고, 보이면 고를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운동 전체가 아니라 옷을 입고 문을 나서는 것 하나만 겨냥하면 됩니다. 알아차리는 시점을 앞당기는 훈련이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True Meditation: 진짜 명상」은 가이드 오디오를 듣는 앱이 아니라, 마음챙김 명상을 직접 하게 해주는 앱입니다. 생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그대로 앱으로 구현했고, App Store와 Google Play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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